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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와 기쁨

2022/11/15

즐겨보는.. 아니 팔로워라서 계속 눈에 띄는 분이 있는데 이 분이 어그로도 쎄고 상응하는 팬들도 많다.

얘랑 쟤랑 다 틀리고 내가 맞다. 이거랑 저거랑 다 촌스럽고 내가 힙하다. 영포티고 미중년이고 나이 먹으면 그냥 가만히 있어라. 하지만 나는 쿨하지롱. 뭐 이런 글이 태반이라 상당히 재수가 없다.

말을 섞고 싶지만 글 잘 쓰는 양반이고 글로 먹고 사는 님이라 덤벼봐야 박살날 것이 명약관화다. 총력전을 하면 열에 한 번 쯤 엿을 먹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누구 하나 이김질 해서 빅엿 날리고 헤헤헤 하는 것은 스무살 때 끝난 것 같다. 피곤하고 돈 벌어야되고 글빨러를 상대로 낮은 승률이 예측되는데다가 흥미도 잃었다.

한 편으로 이런 분의 어그로는 이해가 간다. 어그로 자체가 경쟁력이다. 끊임없이 이름을 알려야 정체성이 노출된다. 업이 그러하니 매사 잰체하는 샌님처럼 굴어서는 소수의 추앙만 받다가 굶기 십상이다. 욕먹을 감수를 하는 전략적 어그로인데 본인 자신은 그게 전략인지 캐릭터인지 이제는 거울 앞에 선 키보드 같은 누님인지라 그다지 의식하지도 않을 것 같다.

쓰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고.

이 재수없는 분에게 내가 좋아요를 누르는 힛팅율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일단 글을 많이 싸기 때문에 어그로도 많은데 촌철 일침글도 많다는 것.

피드에는 언제나 프로 일침러를 자처하는 쪼렙들이 횡행한다. 그러나 글을 많이 싸고, 강력한 어그로 빨을 노출시켜 대항 의지를 무력화시키며, 간간히 일침글을 잘 싸는 님들은 흔하지 않다. 그지 발싸게 같은 글을 많이 쌌다 해도 힛트율이 높다.

내 입장에선 뻘글은 잊혀지고 아오 콧털 뿔테에 담배나 펜을 든 흑백 사진을 왕가위와 콜라보로 올릴 것 같은 이 자아과잉 양반에게 또 내가 좋아요를 눌렀다니 부들거리며 내 이 양반글은 망막 필터링을 해야겠다 하는데 페이스북 놈들이 또 보여준다.

나도 키보드로 왕년에 연탄재 아니 정파 사파 네임드 싸대기 한 두 번은 날려봤는데.. 엔터키에 콰콰캉 히히힣 하는 감각이 조금 그립긴 하다. 프로 일침이라며 싼 어그로에 맞싸대기 치고 반격 핵펀치 날라올때 낙엽 붕권으로 자빠뜨리는 그 희열감이,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할 때 남은 식은 땀이, 구둣점을 탁 하고 치며 펜을 놓는데 엔터키와 시프트 사이에 낀 채 백년동안 빠지지 않았던 각질 손톱 찌끄레기가 튀어나오는 그 기쁨!

그 기쁨은 다이소에 있다.

님 아니에요. 끄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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